구조론
구조론
구조론은 사건을 해석하는 도구다. 인류의 지식획득 방법으로는 사건의 해석과 사물의 관찰이 있다. 형태가 있는 사물은 눈으로 관찰하면 되는데 형태가 없는 사건은 관측된 사실을 토대로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방향의 충돌이다. 인간은 자연의 맞은 편에 서 있다. 거울의 상이 뒤집히듯이 거꾸로 보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뒤집어진다. 우리는 사물의 관측으로 얻은 사실의 조각들을 모아서 퍼즐을 맞추듯이 자연의 질서에 맞게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
사물의 관찰 - 인간이 결과측을 관찰한다.
사건의 해석 - 에너지가 원인측을 전개한다.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은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그것은 닫힌계 안에 축과 대칭의 밸런스를 만들고 축을 이동시켜 하나의 밸런스에서 다른 밸런스로 갈아타는 방법으로 계 내부의 에너지적인 모순을 처리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서는 5회에 걸쳐 닫힌계 내부에 대칭을 만들고 축을 움직여 의사결정한다. 사건의 해석은 자연의 의사결정구조를 복제하고 사물을 관찰해서 얻은 단서들을 자연의 의사결정 플랫폼의 빈 칸에 채워넣는 방법을 써야 한다.
과학의 단서 - 자연을 관찰하여 단서를 추출한다.
수학의 조립 - 퍼즐조각들의 연관관계를 살펴 순서에 맞게 조립한다.
구조의 복제 - 자연의 플랫폼을 복제하여 퍼즐을 조립하는 방향과 순서를 알아낸다.
사건의 해석이 존재의 본래모습으로 안내하며 사물의 관찰은 필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은 사건의 전모를 볼 수 없고 반드시 추론을 거쳐야 한다. 사건의 해석은 퍼즐을 맞추듯이 사물의 관찰로 얻은 단서들을 하나씩 조립하여 자연의 질서와 일치시키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상은 다 맞는데 결정적으로 한 곳이 어긋나 있다. 과학과 수학이 잘 나가다가 마지막 관문에서 막히는 이유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틀어진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구조론이다.
사건 사물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이 있다. 모든 존재가 반드시 거쳐가는 자궁이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이다. 모든 존재는 사건 안에서 결정된 존재다. 구조론은 의사결정과정을 해명한다. 존재의 처음 탄생과정이라는 좁은 관문에서 딱 걸리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이다. 의사결정이라는 존재의 자궁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는 정체를 들키고 만다.
사건은 주사위를 1 회 던지는 것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라는 5회의 내부적인 대칭을 통해 자체의 질서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코스로 주사위의 눈이 결정된다. 1회의 에너지 입력에 의한 의사결정의 결과가 사건이다. 사건은 닫힌계를 지정하여 추가적인 에너지 입력을 차단한다. 자연에서 사건은 변화를 수반하고 변화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외부환경과 분리되어 외부영향이 없는 닫힌계가 만들어지므로 내부질서가 추적된다.
사건은 외력의 영향을 배제하고 닫힌계 안에서 축과 대칭의 밸런스에 의한 자체적인 질서로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사건은 추적가능한 변화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를 구분하여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사건은 언제나 원인에서 결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연결에서 단절로, 입력에서 출력으로, 엔트로피 증대의 일방향으로 간다. 그 역은 없다. 만약 그 역을 봤다면 사건이 아니라 사물을 본 것이다. 역방향 진행은 대개 관측자가 움직인데 따른 오류다. 시합 중에 골대를 옮긴 셈이다. 사건은 대칭을 이용하므로 사건의 방향성을 알면 다음 단계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다. 사건의 머리를 통제하여 꼬리를 연출할 수 있다. 원인을 통제하여 결과를 도출하고, 전체를 통제하여 부분을 도출할 수 있다. 사건의 진행에는 비용이 들고 사건은 비용을 자체조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향으로 진행하므로 우리는 자연의 그러한 약점을 추궁하여 사건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다. 사건은 최소작용, 최단거리를 지향한다. 그래야 게임에서 이겨서 비용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지면 깨진다.
격물치지라고 했다. 인간이 자연을 관측한다면 객체에 작용을 가하여 되돌아오는 반작용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계의 많은 변화들은 작용반작용의 관측법을 쓸 수 없다. 끝없이 변화하여 모습을 바꾸기 때문이다. 작용을 가하여 반작용을 인지하는 것은 두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며 나란히 반복되어 위치가 고정된 사물에 해당된다. 사물은 자연의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관측에 종속된 존재다. 관측자는 사물의 외부에 있으므로 내부사정을 알 수 없다. 내부를 알려면 잘게 쪼개야 하는데 쪼개면 더 작은 것이 계속 나와서 허무해진다. 양파껍질 까기다. 사물을 쪼개는 행위 자체가 사건을 구성하는 점에서 추론을 요구한다. 추론이 필요하다면 사물의 직접적인 관측법은 쓸모가 없다.
사건 - 자연의 의사결정구조를 반영한 본래의 모습이며 고도의 추론으로 파악된다.
사물 - 사건이 반복되어 위치와 형태가 고정되므로 추론을 거치지 않아도 왜곡이 많지 않은 일부의 모습.
모든 존재는 탄생과정에서 사건의 성질을 가진다. 사건에 포함되지 않는 순수한 사물은 없다. 사물은 사건의 부분집합이다. 사건이 같은 위치에서 반복되면 사물이다. 인간의 모든 관측은 왜곡된다. 우리가 본 것은 뇌가 해석하여 왜곡을 바로잡은 것이다. 착시현상은 뇌가 해석을 잘못한 것이다. 사물의 성질은 존재 자체의 고유한 성질이 아니라 인간의 관측이 개입한 상대적 성질이다. 색깔은 빛의 파장을 뇌가 해석한 것이다. 까마귀는 검지만 까마귀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검다는 것은 인간의 입장이고 까마귀도 자기들 세계에서는 나름 멋쟁이다. 사물의 관측으로 얻은 정보는 왜곡된 정도가 낮을 경우에만 유의미하다.
사물을 여럿 모아서 닫힌계를 이루면 유체의 성질을 띤다. 닫힌계 안에서 균일해진 유체는 자원을 한 곳에 몰아주는 점에서 사건의 성질을 가진다. 사물의 관측은 낮은 수준의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므로 우리는 사물을 모아서 닫힌계를 걸고 에너지를 투입하고 유체의 성질을 부여하여 사건화 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우리는 사물에 고유한 성질이 있다고 믿지만 착각이다. 개체는 성질을 갖지 않는다. 모든 성질은 둘 이상이 모여서 이루는 수학적 성질이다. 사건을 진행하는 공간의 방향과 시간의 순서가 성질이다.
닫힌계
닫힌계는 자연을 수학적인 구조로 만든다. 사건을 파악하려면 외부변수에 의한 교란을 차단해야 한다. 사건은 변화를 일으키고, 변화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주변환경과 떨어져서 닫힌계를 이룬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버스가 정거장을 떠나고 배가 항구를 떠나면 외부에서 개입할 수 없다. 닫힌계 안에서 외력의 영향 없이 내부의 질서에 의해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의 동력을 내부에서 조달하므로 변화에 드는 비용만큼 구조손실이 일어나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닫힌계 안에서 변화량은 자원 총량에서 구조손실을 뺀 만큼 주어지므로 우리는 변화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 닫힌계를 확정하려면 인위적으로 외부변수를 차단하거나, 혹은 천문학자가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외부변수에 의한 오차를 제거하여 데이터를 보정하거나, 혹은 사건을 키워서 외부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사건 초기에는 열린계 상태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만 사건이 성숙하면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서 외부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100미터 경주라면 출발하기 전에는 관중의 함성이 영향을 미치지만 일단 출발하면 관중의 응원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라면 부모의 격려가 도움이 되겠지만 프로선수라면 큰 의미가 없다. 경기 전에는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를 건넬 수 있지만 시합 중에는 불가능하다. 세상에 복잡한 것은 같은 것의 중복과 다른 것이 끼어드는 혼잡 때문이다. 닫힌계는 계를 닫아걸고 혼잡을 차단하여 사건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엔트로피
자연의 궁극적인 힘은 우주가 처음 탄생할 때 주어졌던 빅뱅 당시의 관성력이다. 그것이 각운동량의 형태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자연의 여러가지 형태들은 서로 충돌하여 각운동량이 수렴된 것이다. 그 수렴의 형태가 물질을 구성하는 빛과 기본입자와 전자와 양성자와 원자다.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궁극적으로 각운동량의 수렴이다. 각운동량이 수렴되기 전 상태를 위치에너지 곧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하고 수렴된 상태를 운동에너지 곧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라고 한다. 자연에서 인간의 개입이 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는 닫힌계 안에서 각운동량이 수렴된다. 국소적으로 확산될 수 있지만 닫힌계 전체로 보면 언제나 수렴이 확산보다 크다. 수렴이 더 효율적인 배치이기 때문이다. 충돌하면 수렴이 이긴다. 그러므로 에너지는 언제나 수렴된다. 2와 1이 충돌하면 2가 이긴다. 1이 2를 깰 확률보다 그 반대의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수렴되어 3이 된다. 분자 둘에서 하나로 줄었으므로 더 수렴할 가능성은 감소했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 것이다. 에너지의 사용은 확산을 수렴으로 바꾸는 것인데 수렴된 만큼 더 수렴할 수 없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외부에서 개입하면 수렴을 확산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닫힌계 안에서 자체적으로는 의사결정비용의 제한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 닫힌계를 걸면 세상이 의사결정비용을 자체조달할 수 있는 한 방향으로 작동하므로 이러한 변화가능성의 제한을 이용해서 꽤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뭐든 닫아걸고 빠듯하게 만들어 놓으면 말을 잘 듣는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물질이든 고분고분해진다. 반항을 하려고 해도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 드는 비용이 부족해서 대항을 못한다.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은 직진만 계속한다. 90도로 꺾으면 되는데 그러려면 속도를 줄이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도 비용이다. 쫓기면서 빠듯한 상태에서 그 비용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므로 사슴은 방향전환을 못하는 것이다. 무한동력이 안 되는 원리나 사슴이 방향을 틀지 못하는 이유나 같다. 의사결정비용이 언제나 변화에 제한을 건다. 닫힌계 안에서 변화는 비용의 자체조달이 가능한 한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계 내부의 사정이 빠듯해지는 이유는 의사결정이 대칭을 쓰기 때문이다. 내부가 50 대 50으로 팽팽하지 않으면 의사결정에 따라오지 않고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 갑자기 움직이면 모자가 벗겨진다. 의사결정에 실패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의사결정은 대칭을 이루고 대칭은 빠듯하다. 90 대 10이면 여유가 있겠지만 그 경우 10이 떨어져 나가서 존재가 깨진다. 자연은 언제나 한계까지 가 있다. 나무는 너무 많은 씨앗을 퍼뜨리고 풀은 너무 많은 꽃을 피운다. 도루묵은 산란기에 바다가 뿌옇게 될 정도로 정자를 방사한다. 도무지 위험에 대비하여 비축하고 대비하는게 없다. 인간은 예외적으로 허리춤에 배둘레햄을 비축하지만 말이다.
복잡성
구조는 복잡의 반대말이다. 살을 제거하면 뼈가 남는다. 그것이 구조다. 사건에서 복잡을 제거하면 구조가 남는다. 복잡의 복은 같은 것이 중복된 것이며, 잡은 이질적인 것이 섞여서 혼잡한 것이다. 닫힌계를 지정하여 복잡성을 걸러내고 계를 단순화 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사건의 전개과정을 추적하여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 사건에 개입하여 다음 단계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다. 사건은 방향성이 있으므로 점점 커지며 사건이 커지면 단순화 된다. 초기의 복잡성은 사라지고 구조가 드러난다.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 수학적 법칙에 지배된다. 초기의 각운동량이 수렴되어 자원을 한 곳에 몰아주므로 방향성을 추적할 수 있다. 초기의 다양성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상쇄되고 용해되어 개별적인 성질을 감추고 보편적인 원리를 따르게 된다. 큰 수의 법칙이 작용하여 확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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