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완성
세상에 개소리가 너무 많다. 말 되는 소리 좀 하자. 활은 하나인데 화살은 사방으로 날아간다. 원인은 하나인데 경과는 둘이고 결과는 여럿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자궁이 있는 법이다. 만유가 공유하는 하나의 의사결정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면 그것이 구조론이다.
백과사전식 열거주의라면 좋지 않다. 난삽함을 피하고 하나의 근본, 하나의 엔진, 하나의 핵심을 짚어야 한다. 사건 전체를 한 줄에 꿰어 하나의 통짜덩어리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을 조사해야 한다. 뒷북치지 말고 에너지의 작용측을 해명해야 한다. 계의 통제가능성 위주로 설명해야 한다. 여러 피해자를 탓하지 말고 한 명의 범인을 취조해야 한다.
본말전도라 했다. 본이 뒤집어지니 말이 어지러워졌다. 하나의 근본을 방치하고 여러 말단에 매달리니 노가다만 풍성해졌다. 인간들이 말을 개판으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전에 언어가 비뚤어져 있다. 언어도 개판이지만 그 전에 관점이 비뚤어져 있다. 관점도 개판이지만 그 전에 게임이 비뚤어져 있다. 그렇다. 게임이 문제다. 게임에 이겨서 하나의 핸들을 잡으면 되는데 게임에 져서 핸들을 뺏기므로 뒷설거지 하느라 일이 많아진 것이다.
원인측 -> 결과측 비용이 적다 -> 비용이 많다. 게임에 이긴다 -> 게임에 진다.
엔트로피란 간단히 불을 지르는 비용이 불을 끄는 비용보다 적다는 거다. 먼저 와서 불을 지르는 사람이 1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뒤에 와서 불을 끄는 사람은 10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인생이 피곤한 이유는 당신이 게임에 져서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는 자의 포지션에 섰기 때문이다. 사건의 원인측이 아니라 결과측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상호작용으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인생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상호작용의 랠리가 우리가 잡아야 할 핸들이다. 게임에 이긴 자는 물을 엎지르고 진 자는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는다. 게임에 이겨서 내가 핸들을 잡으면 쉽다. 뒤에 와서 흩어진 퍼즐 맞추느라 골머리 싸매지 말고 먼저 와서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도구의 사용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는 언어다.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언어가 개판이다. 구조론은 언어의 완성이다. 다들 말을 개판으로 한다. 말을 똑바로 하려고 노력하면 구조론은 그 안에 있다. 사물을 하나씩 주워섬기는 플러스 언어에서 사건을 확실하게 매조지하는 마이너스 언어로 갈아타야 한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키는 언어라야 한다. 여러 결과는 하나 원인으로 바꾸고, 여러 부분은 하나의 전체로 바꾸고, 여러 단절은 하나의 연결로 바꾸고, 여러 강체는 하나 유체로 바꾸고, 여러 사물은 하나의 사건으로 바꾸는 언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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