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의 탄생
은하는 왜 회전하는가? 수도꼭지를 틀어보자. 수압을 약하게 해야 한다. 물줄기가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전하지 않으면 살짝 건드려서 회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싱크대에 물을 채웠다가 마개를 빼 보자. 일정한 조건에서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역시 살짝 건드려주면 소용돌이가 잘 일어난다. 은하의 회전이나 지구의 공전이나 수도꼭지의 회전이나 싱크대의 소용돌이나 같다. 움직이는 계가 밸런스를 이루는 가장 쉬운 방법이 회전이기 때문이다. 외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율적인 배치가 밸런스다. 외력이 작용하면 계는 깨지거나 밸런스를 이룬다. 깨지면 다른 것에 흡수되므로 밸런스를 이룬 것만 살아남는다.
은하든 수도꼭지든 싱크대든 태풍이든 소용돌이든 닫힌계다. 닫힌계 안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수학적으로 해명된다. 인위적으로 회전을 설계할 수 있다. 양자역학의 여러 성질도 물의 회전과 같다. 밸런스의 구조가 결정한다. 강아지 다섯 마리에게 먹이통 하나를 놓고 사료를 부어주면 서로 주둥이로 밀어서 한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여럿이다. 그리스의 팔랑크스 대형은 동료의 방패 뒤에 숨으려고 하므로 오른쪽으로 회전하게 된다. 외부의 영향이 없이 닫힌계 내부에서 자체적인 원인에 의해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닫힌계 내부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구조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탐구해 온 변화는 외부에서 원인이 주어지는 것이다. 외부에 있는 궁수가 활을 당긴다. 외부에서 큐대로 당구공을 친다. 외부에서 병원균이 인체 내부로 침입한다. 그런데 총의 영점이 맞지 않다면? 내부의 자체 원인에 의해 변인이 주어지는 경우를 탐구해야 한다. 사건의 형태로 닫힌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닫힌계의 이해가 중요하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3년 후 출소하였다. 그런데 꼬맹이를 안고 나왔다면? 거짓말이다. 감옥에서 아기를 낳을 수는 일은 없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3년 후 출소하였는데 죽어서 나왔다면? 그건 가능하다. 닫힌 공간에서 플러스는 불가능하고 마이너스는 가능하다. 병에 걸리거나 팔이 부러진 채로 출소할 수는 있다. 감옥에서 큰 부자가 되어 나왔다면? 플러스는 불가능하다. 사건은 닫힌계에서 일어난다. 사건은 움직이고 움직이면 외부와 단절되기 때문이다.
제로섬 게임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무인도에 두 사람이 살고 있다. 소득을 두 배로 올리는 방법은? 하나를 죽이는 것이다. 무인도에서는 무언가를 제거하는 마이너스 방법으로만 계를 통제할 수 있다. 닫아걸면 내부에 질서가 만들어진다. 북한이 닫아거는 이유는 내부를 통제할 의도 때문이다. 많은 흥행영화들은 닫힌공간과 촉박한 시간을 사용한다. 오징어 게임과 쇼생크 탈출만 그런게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걸면 선택지가 제한되므로 의사결정이 명백해진다. 하나의 결정에 많은 변화가 연동된다. 관객이 집중하게 된다. 그것이 구조다.
사건은 변화를 반영하고 변화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외부와 단절되어 닫힌계가 만들어진다. 수도꼭지든 은하계든 태풍이든 양자역학이든 사건은 닫힌계를 이룬다. 배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움직이는 것은 외부와 단절되어 내부에 닫힌계가 만들어지고 밸런스가 성립되면 저절로가 작동한다. 거기에 필연의 법칙이 적용된다. 거기서 일어나는 변화는 내부의 자체모순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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