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방향성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원인에서 결과의 일방향으로 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며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된다는 순환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 사건 해석의 실패다. 언제나 닭의 전체에서 달걀의 부분으로 가지 그 역은 없다. 달걀은 품어주는 어미 없이 스스로 닭이 되지 않는다. 만약 된다면 이미 닭이다.
헤겔의 정반합은 방향성을 반대로 해석한 귀납의 오류다. 언제나 합에서 정과 반의 대칭으로 쪼개진다. 의사결정은 합이 정과 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소용돌이는 한 방향으로 돌고, 회오리바람도 한 방향으로 돌고, 우리은하도 한 방향으로 회전한다. 대칭의 상대성은 비대칭의 절대성을 도출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대치해야 의사결정이 일어났을 때 진쪽이 이긴쪽을 따라온다. 90 대 10으로 천칭이 기울면 10이 떨어져 나간다.
사건은 원인에서 경과를 거쳐 결과로 간다. 중간에 경과가 있으므로 다시 원인으로 갈 수 없다. 어디로 가든 반드시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갔다면 그것은 별개의 다른 사건이다. 빛이 일방적으로 어둠을 조절할 뿐 어둠은 자체의 동력이 없으므로 빛에 관여하지 못한다. 결과는 경과를 거치며 의사결정비용을 손실했으므로 원인을 통제할 수 없다. 원인은 크고 결과는 작으며 작은 것이 큰 것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존재는 축 1에 대칭 2를 더하여 셋으로 밸런스를 이루고 거기에 힘을 한 곳에 몰아주는 방향성과 치고나가는 기세까지 다섯으로 완성된다. 축과 대칭이 저울을 만들면 방향성은 저울이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고 기세는 한 번 기울기 시작하면 가속적으로 기울어 미세한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이다. 축과 대칭은 눈에 보이므로 쉽게 판단할 수 있고 감추어진 방향성과 기세를 아는게 중요하다. 도구라면 날과 손잡이와 몸통은 보인다. 방향성은 어디가 머리인지를 판단하고, 기세는 칼날의 예리함에 반영되어 있다. 기세는 파죽지세로 치고 나간다.
일방작용이냐 상호작용이냐다. 사건은 연속적인 의사결정이며, 의사결정은 대칭을 쓰고, 대칭이 둘이라는 생각은 일방작용의 관점이고 상호작용의 관점으로 보면 축이 하나다. 하나의 축이 결정하므로 사건은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배의 이물과 고물은 둘이지만 키는 하나다. 오른발과 왼발은 둘이지만 몸통은 하나다. 계가 자원을 한 지점에 몰아주는 것이 방향성이다.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다. 순방향은 관성력을 쓰므로 의사결정비용의 손실이 낮고 역방향은 관성력과 충돌하는 백래시를 일으키므로 커다란 구조손실이 일어난다. 닫힌계 안에서 역방향 진행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효율성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의사결정은 구조손실을 일으키므로 손실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손실이 최대화 되면 반감기가 짧은 원자처럼 순식간에 붕괴된다. 자연이 빅뱅 이후 137억년 동안 버티고 있는 것은 손실을 최소화 시켰기 때문이다.
행군을 하는 부대가 선두와 후미 간의 늘어진 간격을 조절하려면 선두가 멈추고 후미가 전진해야 한다. 만약 후미가 멈추고 선두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면 손해다. 시장은 물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밸런스를 조정한다. 반대로 물가를 낮춰서 조절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물가가 내리면 임금을 깎는데 그 경우 노동자는 밥을 굶는다. 갑자기 집세와 학비를 깎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므로 하나를 건드리면 라인을 멈추고 죄다 조정해야 한다. 순방향 조절은 관성력을 이용하므로 추가비용이 없지만 역방향 조절은 백래시를 일으켜 관성력을 상쇄시키므로 많은 추가비용이 든다. 닫힌계 안에서 자체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사건은 앞단계가 뒷단계를 지배한다. 앞단계가 효율성을 장악하고 뒷단계를 통제하는 것이 권력이다. 만약 뒷단계가 말을 듣지 않으면 관성력을 차단하여 효율성을 빼앗는 방법으로 애를 먹인다. 먼저 도로를 만들고 차가 가는 것이다. 도로를 틀어막으면 차가 가지 못한다. 구조의 앞단계는 한번 세팅해놓고 반복하여 사용되므로 뒷단계가 효율성의 이득을 보는데 그것을 방해하여 손실을 강요하는 것이 권력측의 텃세다. 먼저 터를 닦고 집을 짓고 가게를 연다. 먼저 와서 터를 닦은 사람이 텃세를 부리고, 그 터에 집을 지은 건물주가 갑질을 하면 가게를 여는 사람은 장사를 할 수 없다. 반대로 하나의 대지에 집을 여러 채 짓고, 건물 한 동에 가게를 여러 개 열면 뒤에 온 사람은 거저먹기로 장사할 수 있다. 보통은 앞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뒷사람이 효율을 가지는데 가끔은 먼저 온 사람이 둘 다 가지려고 하므로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다.
효율적인 배치는 상부구조에 하부구조를 종속시켜서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부구조가 종속되므로 상부구조에 권력이 발생한다. 큰 것에 작은 것을 연동시키고 앞선 것에 뒤따르는 것을 연동시킨다. 량 2를 운동 1이, 운동 2를 힘 1이, 힘 2를 입자 1이, 입자 2를 질 1이 해결한다. 하부구조가 두 번 움직일 것을 상부구조가 한 번 움직여서 해결한다. 질 1이 입자 2보다 낫고, 입자 1이 힘 2보다 낫고, 힘 1이 운동 2보다 낫고, 운동 1이 량 2보다 낫다. 1회의 강한 펀치가 2회의 빠른 펀치보다 낫다.
플러스알파, 권력, 이윤, 관성, 기세
사건의 진행이 순방향일 때 에너지 효율성의 수렴으로 관성력이 누적되는 것이 기세다. 축과 대칭이 밸런스를 이루고 방향성과 기세를 얻어 사건을 완성한다. 밸런스가 천칭이라면 방향성은 천칭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고, 기세는 한번 기울기 시작하면 양의 피드백에 의하여 가속적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기세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므로 숨은 플러스 알파가 된다. 그것이 사회에서는 권력이고, 시장에서는 이윤이고, 물질에서는 관성이다.
기세는 최종적으로 사건을 외부와 연결한다. 메커니즘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연결강도가 기세다. 기세는 고객충성도로 나타난다. 바이럴 마케팅이 흥하는 것이 기세다. 전통적으로 선거는 조직 대 바람의 대결이었다. 조직은 눈에 보이나 바람은 뒤로 감추어진다. 칼날은 예리한 것이 기세고 사람은 섬세한 것이 기세다. 센스가 있고 스마트한 멋쟁이들은 남들이 모르는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기세는 숨은 플러스 알파의 형태로 감추어져서 적이 대응하지 못하므로 이기는 비결이 된다. 기세는 량을 속도에 감추고, 속도를 힘에 감추고, 힘을 입자에 감추고, 입자을 질에 감춘다. 사람은 의리가 기세다.
에너지 낙차
지렛대는 길수록 좋다. 유체는 깔대기가 좁은 곳을 통과할 때 강한 압력이 걸린다. 멀리 있는 친구가 도움이 된다.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 원교근공의 법칙이다. 에너지는 확산을 수렴으로 바꾼다. 공간을 넓게 벌려 확산시킨 다음 좁은 곳으로 수렴해야 한다. 자동차는 바퀴가 작아야 연비가 좋다. 손목과 발목은 가늘어야 힘을 쓸 수 있다. 칼날은 예리해야 한다. 유체의 일점에 몰아주는 성질을 사용하려면 내부를 정렬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공간을 벌린 다음 다시 각을 좁혀야 한다. 망치가 못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된다. 내부에 축과 대칭의 구조를 만들어 방향성을 도출할 공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부릴 때는 처음 여유있게 풀어줬다가 강하게 조여야 한다. 처음부터 좁히면 낑겨서 옴쭉달싹 못한다. 계속 넓게 공간을 주면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양치기 개가 양을 몰아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 몰아야 한다. 양치기 개가 가까이 있으면 양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인지 알지 못한다. 양치기 개가 멀리 있으면 양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멀리 있다가 가까이 쫓아와야 하는 것이다.
같은 귀족들로만, 같은 명문대출신으로만, 같은 지역출신으로만, 같은 성별로만 모이면 역할분담을 못하고 의사결정을 못해서 기세가 없다. 서로 비벼서 머뭇거리게 된다. 명령을 내리는 보스와 전달하는 간부와 실행하는 부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영역이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후진국이 고도성장을 하는 이유다. 못 배운 문맹자들은 아는게 없으므로 시키는대로 한다. 청소년 팬들은 아이돌 스타가 조금만 반응해줘도 열광한다. 순수한 사람은 사심없이 임무를 받아들인다. 봉건시대에 계급이 발생하는 이유다. 새로운 일을 벌일 때는 장벽을 허물고 서로 힘을 합치는 평등이 낫고, 정해진 업무를 실행할 때는 차이를 만드는게 낫다. 간부와 사병이 너무 친하면 좋지 않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단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처음에는 널널하게 풀어줬다가 실무에 들어가서는 사정없이 몰아쳐야 한다. 진보는 널널하게 풀어주다가 망하고 보수는 빡빡하게 몰아치다가 망하는데 상황에 맞게 조절하되 선확산 후수렴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구조손실
계는 연결이다. 의사결정은 연결을 단절로 바꾼다. 내부에서 잘게 끊어진다. 나무의 가지 끝으로 갈수록 잘게 나눠진다. 의사결정은 에너지의 방향전환이며 처음 상태가 연결이므로 거기서 일어나는 어떤 결정은 그 연결을 끊는다. 연결이 끊어진 것이 엔트로피 증가다. 이쪽을 끊으면 저쪽에 가서 붙으므로 전체로는 본전이지만 열린계가 그러하고 닫힌계 안에서는 의사결정비용이 소모되므로 조금이라도 끊어지는 쪽이 우세하다. 축 1이 대칭 2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므로 그 하나가 끊어지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대칭을 쓰고 대칭은 둘이 마주보며 거기서 어떤 의사결정은 마주보는 접점을 손실한다. 당구공을 치는 것은 사람이 외부에서 쳐주므로 열린계다. 당구공이 스스로 치라고 하면 무조건 손실이 일어난다. 지렛대의 받침점을 쓸 수 없는 우주공간에서 방향전환을 하는 방법은 몸통을 둘로 자르는 것이다. 개스를 분사하든 방귀를 뀌든 무조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간다. 움직이려면 하나의 방향을 선택해야 하고 그 방법은 둘의 대칭을 만드는 것이다. 대칭은 가운데서 만나므로 움직이지 못한다. 1을 떼서 날려보내고 49 대 50이 되면 우세한 50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구에서는 받침점을 쓸 수 있으므로 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닫힌계를 적용하면 역시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가서 다음 차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보통은 빛과 열과 진동으로 계를 빠져나간다.
통제가능성
세상은 전방위로 대칭되어 있다. 선과 악, 진보와 보수, 정의와 불의, 합리와 실용처럼 대칭되는 둘 중에서 한 쪽이 옳다는 근거가 있는가? 수학적 근거를 대야 한다. 막연히 옳으니까 옳다는 식으로 말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다가 선이 독선이 되기가 다반사다. 진보가 폭주하다가 보수의 반동을 불러 일으키는게 보통이다. 보통은 의도가 선하면 선하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축을 장악하지 못하므로 역설이 작용하여 의도와 반대로 된다. 선의로 한 일이 나쁜 결과로 되돌아온다. 세상은 상호작용이므로 인간의 책임은 절반이다.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고 그냥 일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인간들은 분명한 의도가 없다. 의도는 남들이 물어보니까 둘러대는 말이다. 많은 경우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통제가능성으로 논해야 한다. 옳으니까 하는게 아니고 에너지가 걸린 동적상태에서 뭐라도 해야하는데 유일하게 그것을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단 단기적, 국지적, 일시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면적으로 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목수가 집을 짓는다면 지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짓는 것이다. 집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사람의 입장을 빼고 일 자체의 메커니즘 논리를 따라 할 수 있는 대로 하는 것이 통제가능성이다. 메커니즘은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어서 역방향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에너지는 계의 통제가능성이다. 날아가는 화살은 궁수에게는 통제가능성이 있다. 통제가능성이 다른 말로는 권력이다. 앞단계의 결정이 뒷 단계의 결정을 제한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사장에서 이사로, 부장으로, 과장으로, 말단으로 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에게 권력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갤리선의 노는 여러 노잡이가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서 어렵게 방향을 틀지만 범선의 키는 하나만 움직여서 방향을 튼다. 자동차의 바퀴는 네 개지만 핸들은 한 개다. 네 개의 바퀴가 각각 별도로 움직여서 방향을 트는 것보다 핸들 한 개로 방향을 트는게 효율적이다. 맞물려 돌아가는 메커니즘 속의 구조적 효율성에 의해 권력이 형성되며 그것이 통제가능성이고 방향성으로 나타난다.
대칭, 밸런스, 코어, 지렛대
자연의 의사결정은 작용 반작용을 반영하며 대칭을 따른다. 대칭을 반영하는 구조는 모두 천칭이다. 천칭이 곧 밸런스다. 모래시계는 가운데가 잘록하다. 모래시계를 눕혀놓으면 천칭과 같다. 우주 안의 모든 구조는 결국 천칭이다. 천칭은 축 하나와 대칭 둘이 Y자 모양을 이룬다. 근육 둘이 유체를 이루고 뼈 하나로 이루어진 강체를 통제하듯이 자연의 모든 의사결정은 천칭저울의 2와 1 사이에서 일어난다.
손가락이 다섯인 이유도 움직이는 대상을 통제하려면 실시간으로 천칭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가락 셋이 축과 두 접시라면 나머지 두 손가락은 접시에 올려지는 추와 물체다. 잘 살펴보면 자연의 모든 것이 천칭저울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나무가 좌우대칭을 이루는 것은 천칭과 같다. 설악산의 거친돌이 양양 해변까지 굴러가면 둥글둥글한 몽둘이 된다. 전방위로 대칭이 아니면 깨지기 때문이다.
대칭과 코어가 밸런스를 이룬다. 코어는 대칭의 축이다. 모래시계의 잘록한 부분이 코어다. 천칭의 가운데 기둥이 코어다. 컴퍼스의 센터다. 천칭의 축은 가운데 있지만 대저울은 한쪽 다리를 길게 빼서 지렛대를 만든다. 대저울은 힘 1과 운동 2의 대칭을 만들고 운동을 길게 빼서 더 쉽게 계량한다. 도르래는 힘을 고정시키고 운동거리를 늘려서 쉽게 대칭을 이룬다. 대칭은 힘 1이 운동 2를 갈음하므로 운동이 더 조절하기 쉽다.
인간이 꾀하는 일이 대부분 상대의 몸통에 지렛대를 박으려는 것이다. 어떤 의도를 관철하여 무엇을 얻어내려는게 아니라 일단 지렛대를 박아서 상대의 패를 읽고 응수타진 하려는 것이다. 떠보기 행동이다. 약자가 강자에 대항할 때 그러하다. 원하는게 없고 일단 상대와 연결고리를 만든 다음 상대를 코너로 몰아붙인다.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조인다. 자신이 갑이 되려고 한다. 어떻게든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고 해결책은 그 다음에 생각하려는 것이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저울을 설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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